본문 바로가기

Daily

기시다총리, '라인지분매각' 요구 사실상 부인

2024년 5월 29일 소식지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에 있었던 한일 정상회담에서 라인야후사태가 거론됐습니다. 일본의 기시다총리는 이번 행정지도는 보안에 대한 시정요구이지, 지분매각요구는 아니라는 듯이 발언했습니다. 하지만6월부터 경제안전보장법이 시행되면 일본정부의 개입이 좀 더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라인야후사태가 좀처럼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데....

 

먼저 네이버가 만든 '라인'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몇 번 발생했고, 재발방지차원에서 일본정부가 라인의 보안분야를 담당하는 네이버지분을 좀 줄이라고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왜 남의 공동사업 지분까지 일본정부가 간섭하냐, 국민 메신저를 한국산으로 서비스하는게 싫어서 그런거 아니냐는 식으로 항의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개인정보 유출이 네이버 책임이 맞는지, 네이버 책임이라고 해도 지분매각까지 요구당할 사안인지일 것 같은데....

 

이번 사안이 명쾌하지 않고, 여러가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태가 벌어지고 네이버는 왜 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는건지? 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유시장경제체제를 표방하는 일본에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민간기업에 간섭하는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입니다.

 

한일 정상회담 주요 내용(출처:연합뉴스)

 

사안이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기업의 속사정, 또는 복잡한 셈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러나면 경영전략은 물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테니 드러낼 수도 없고, 드러나는게 바람직하지도 않을겁니다.

두 번째,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데 한일 양국이 여러가지 시각차,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결국 진실보다는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정보유출에 대한 시각차이가 큰 편입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202311월 있었던 정보유출, 즉 라인야후의 위탁처였던 네이버 클라우드의 자회사에서 있었던 정보 유출입니다. 유저, 거래처, 직원 등의 개인정보 50만건 이상이 유출되었습니다.

그런데 라인야후의 정보유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이전에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정보유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2021317일에 발생했던 정보유출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라인야후의 정보유출 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례에 걸쳐서 그리고 지분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행정지도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 안전보장 이슈와 연결지어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일본20225월에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을 제정합니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서 202311월 라인야후를 특정사회기반사업로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선정되면, 이 기업들은 어떤 설비를 들여온다든지, 외부에 업무를 위탁할때 사전에 정부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국가의 경제 안보에 중요한 14개 인프라(철도, 도로, 통신, 방송 등) 분야의 사업자들을 지정했고,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 NTT 등과 함께 통신분야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 라인야후는 일본의 경제안보에 매우 중요한 사업자이고, 만약 일본 경제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지분조정을 포함해 더 폭넓게 법적으로 기업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의 사안이 경제안전보장 이슈로 인한 것이냐, 그래서 두 차례 행정지도를 하고, 지분조정까지 언급한 것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라인야후가 20231116일에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선정된 후, 그다음 날인 1117일을 시작으로 6개월 유예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예기간이 2주전인 516일에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만약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면 경제안보법에 의해 총무성 총무대신 뿐만이 아니라, 경제안전보장 담당대신이 이 사안에 개입하게 됩니다. 결국 총무성이 굉장히 이례적으로 35, 416일 두 차례에 걸쳐서 행정지도를 한 건, 6월 이후에는 이 사안이 훨씬 엄중해진다는 경고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제안전보장법이 적용되면 지분조정은 충분히 정부가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명령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바뀌는 프로토콜에 대해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경고를 날린 겁니다.

 

이번 사태에 소프트뱅크의 숨은 의도 같은 것은 없나요?

 

네이버가 2011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2년만에 이용자 5천만을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디지털화가 뒤처져 있다보니 e-커머스나 핀테크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하는것이 쉽지 않아서 수익성이 낮았습니다.

 

일본 디지털수지 적자 추이(출처:내일신문)

 

그러던 중에 2019년에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사이에 페이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소프트뱅크는 결제 앱 페이페이 보급을 위해 100억엔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고, 네이버는 맞불 작전으로 라인페이 보급에 300억엔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면서 치킨게임이 됐습니다.

한편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아마존, 구글, 텐센트, 알리바바가 일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 손 마사요시 회장네이버에 협력을 제안한 것입니다. 미국 빅테크기업이 아닌 제3국 만들자는 취지로 라인야후가 탄생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고, 100% 지분 중 50%를 소프트뱅크에 넘겼습니다. 물론 지분구조는 5:5였지만 2021년 통합이 마무리됐을 때, 경영진 숫자나 대표이사의 국적을 보면 경영은 일본 측 내지는 소프트뱅크가 담당했었고, 네이버는 기술과 데이터관리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메신저 기능을 빼고는 거의 모든 사업영역이 중복되면서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라인뱅크라는 인터넷은행을 만들려고 했는데, 소프트뱅크가 반대하면서 좌절됐습니다. 소프트뱅크는 페이페이은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2022년 챗 GPT 열풍이 불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동상이몽 상태가 됐습니다.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개발하고 있던 AI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직접 생성형 AI 개발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얼마 전에 손 마사요시 회장이 자체 AI 개발에 10조엔을 투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정부도 여기에 발맞춰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정비에 421억엔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 일본은 IT 혁명에는 뒤처졌지만, 다가오는 AI 혁명에서는 다시 주요 국가가 되겠다고 관민이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헤어질 결심을 한 뒤에는 이렇게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고 싶은소프트뱅크와 정부의 국가전략이 일치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일본엔 라인 야후에 상당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법 구조가 있는것 같은데, 우리는 어때?

 

우리는 경제안전보장법이 없습니다. 지금 이 사태가 역설적으로 한일 경제 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져서 발생한겁니다. 지난 4~5년 동안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속에서, 그 사이에 일본은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하고, 거기에 기반해 특정 사회기반 사업자들을 선정해 기업들을 관리, 감독,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한 겁니다.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20233월 한일 정상이 만나면서 급격히 관계가 개선되고, 8월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하자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말로는 했지만 협력할 수 있는 실체는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디지털 우방이 아닙니다. 일본은 디지털화에 뒤처져 있지만 전 세계에서 디지털화 무역 자유도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CPTPP에 가입하려면 월경 데이터 이동의 자유 / 데이터 국지화 금지 / 소스 코드의 공개 요구 금지 조건이 있어야 하고, CPTPP 탈퇴한 미국과는 미일 디지털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오라클, MS, 구글)이 앞다투어 일본에 데이터센터 짓는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은 디지털 우방이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 불확실성이 낮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우방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도 어렵지만, 투자나 위탁을 맡길 때 기업들이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우리는 디지털 우방도 없고, 경제안전보장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도 없습니다. , 네이버나 카카오톡에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지원할 법이 없지만, 일본은 소프트뱅크나 라인야후에게 지원할 수 있고, 지원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MBC 손에 잡히는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