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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남유럽 'PIGS', 관광업 호조로 유럽 경제 이끄나

2024년 5월 13일 소식지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장기간 침체기에 빠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던 남유럽 국가들유럽경제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남유럽 국가들이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PIGS'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영문국가명 앞글자를 딴 건데, 이 네 나라의 공통점국가부채가 많고, 늘 재정적자를 겪었고, 금융기관이 부실하고 실업률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그리고 2010년대 초반에 있었던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다는 점입니다. 이 나라들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그 여파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기도 해서, 이 나라들을 PIGS, 돼지들이라며 놀리기도 했습니다.

 

독일 국내총생산 증가율(출처:블룸버그)

 

그런데 최근에 나온 지표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로존 전체 성장률이 연간으로 환산해서 1.3% 정도 됩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1분기 성장률각각 0.7%로 유로존에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는 0.3%입니다. 반면에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는 0.2%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남유럽 국가들의 성장률이 북유럽 국가들의 제조업 부진을 상쇄하고 있는겁니다.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왜 다시 좀 좋아진거야?

 

가장 단순한 설명은 조금 전 언급한 4개 국가의 관광산업이 다시 살아났다는 겁니다. 이 나라들의 경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관광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위축됐다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지만, 남유럽은 특히 해외관광객 유입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몇 안 되는 지역입니다.

 

 

한국과 PIGS, 장기재정건전성지표 비교(출처:서울경제)

 

최근 유럽경제는 안 좋기 때문에 유로화의 몸값은 떨어지고 있고, 반대로 달러의 몸값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지니 달러를 가지고 유럽으로 여행을 가면 좋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특히 코로나 이후에 이 나라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관광산업이 좀 살아났다고 해서 그 나라들의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고 보기는 힘들고, 근본적으로는 독일의 도움이 매우 컸던 걸로 보입니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에 다른 나라들은 경제가 어려우니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내려 정부가 돈을 풀고 어떻게든 경제를 살리려고 했는데, 유럽연합은 그게 안 됩니다.

유로화를 더 찍어서 쓰려면 연합 국가들이 다 찬성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특히 독일은 남유럽 국가들이 평소에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한 결과로 어려워진걸 유럽 전체 국가가 골고루 부담해서 그 고통을 나눠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엄격한 정책 기조는 결국 유럽연합의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독일이 입장을 바꿨고, 일종의 기금 같은걸 만들어서 경제 사정이 특히 어려운 나라들에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가장 많은 돈을 받는 나라가 이탈리아, 두 번째로 돈을 많이 받는 나라가 스페인입니다.

두 나라 모두 2021년부터 6년간 기금에서 지원받는 총액이 자기네 나라 GDP10%가 넘습니다. 이 돈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자기네 나라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쓸 수 있었고, 반면 기금에 가장 많은 돈을 낸 독일강점으로 꼽혔던 제조업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지금 굉장히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유럽의 경제가, 그게 독일이 잘해서든 이탈리아의 관광산업이 다시 살아나서 좋아지는거든, 돌고 돌아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한 뉴스입니다.

유럽 경제가 좋아지면 유로화의 몸값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유로화 대비 달러의 몸값은 떨어지게 되는겁니다. 달러화가 얼마나 가치가 낮아졌는지 또는 올랐는지는 어떤 나라 통화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달러화 가치의 오르내림은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서 달러화가 얼마나 오르내리는지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를 두고 판단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미국이 불안하면 달러화가 약세가 될 것으로 판단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미국의 문제보단,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경제, 특히 유럽의 경제에 따라 결정됩니다. , 유럽 경제가 좋으면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그 반대면 달러는 강세를 나타냅니다.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가 유로, 영국 파운드,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유럽 통화들이 대부분이고, 그 바스켓에서 이들 유럽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8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럽 경제가 좀 살아나 유로화의 몸값이 오르고, 상대적으로 달러화의 몸값이 떨어지면, 달러화가 주축인 국제 투자자금은 미국을 떠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달러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원화 대비 달러의 몸값은 좀 떨어지게 됩니다. 이게 우리가 유럽 경제 상황을 관심 있게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출처 : MBC 손에 잡히는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