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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방한, 주목받는 ‘K-반도체’

안녕하세요

올해 초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표들이 잇달아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주요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우리 수출 실적의 핵심인 반도체가 이제는 회복세가 완연하구나....

 

, 2월 반도체 수출은 994,600만달러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66.7% 증가한 규모입니다. 증가율 기준으로 64개월만에 최대 증가 폭입니다.

물론 한 해 전20232월 수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지만, 분명히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뚜렷하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은 메모리 반도체인데, 메모리에서만 608천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108.1% 급증한 규모, 전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크게 웃돕니다.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HBM같은 AI 칩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2월 주요 품목별 수출 증감률(출처:한국경제)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라는건 중국과의 무역이 흑자로 돌아선 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가 24천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는데, 15개월 만에 흑자입니다.

우리 수출이 호황일 때,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20%에 달하고, 중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도 1/5 가량 됩니다. 우리나라가 예전만큼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지 않는 구조에서 중국과의 무역에 흑자를 내려면 반도체 수출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번에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낸 것도 반도체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협력 때문에 이른바 글로벌 빅테크 거물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다고?

 

지난주에는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10년 만에 우리나라를 찾아 이목을 끌었습니다.

23일 동안 LG전자 조주완대표이사, 삼성전자 이재용회장과 잇달아 만났습니다. 국내 XR 확장 현실 스타트업들과도 비공개로 만났다고 알려졌고, 윤석열대통령과도 회동했습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방한해 AIXR 등 미래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출처:연합뉴스)

 

다양한 이벤트를 했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핵심은 삼성전자와 만나 반도체 협력을 논의한 거로 볼 수 있습니다. AI 반도체 칩 개발을 위한 협력을 모색한 겁니다. 메타도 올해 AI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필요한 AI 칩들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배경에는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라마'가 있습니다. 차세대 '라마3'를 구현하는 데에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방한한 오픈 AI 최고경영자 샘 알트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과 연달아 회동하며 AI 반도체 칩 개발 협력 논의한 걸 볼 때, 저커버그와 같은 목적으로 방한한 겁니다.

이처럼 요즘 빅테크 업체들에게 자체 AI칩 설계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같습니다. 올해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범용 수준의 AI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인프라 확장에 주력하는데, AI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반도체 칩엔비디아의 GPU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독점 상태입니다. 그러나, 공급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체 AI 반도체 칩을 설계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설계할 칩의 생산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는, 이른바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는 겁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과 협업이라고 하면 AI 반도체 칩이 구동하는 데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 HBM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칩의 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를 염두에두고 있는 겁니다.

 

우리 반도체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겠네.....

 

기회이면서도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AI 칩의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기회의 측면에선 빅테크 업체들이 자체 칩을 설계하려는 움직임은 AI 초기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TSMC 독주체제에 균열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만 TSMC가 최신 공정 구현과 수율, 패키징 같은 후공정 등 종합적인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나 애플 등이 TSMC에 파운드리를 맡기는 겁니다. 그러나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칩의 파운드리TSMC에만 의존하기에는 공급 능력 한계도 있습니다. 저커버그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등 TSMC를 대체할 파운드리 파트너를 모색하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미국 실리콘밸리AI 반도체 칩 개발을 전담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AI 반도체 파운드리에 최적화된 공정인 GAA(Gate all around)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HBM 파트너로,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공정을 고도화하며 5세대 최신 HBM 양산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AI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서 공급망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하던데....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출처:국민일보)

 

현재 최신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의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이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인텔이 만든 칩이 처리 속도나 수율이 제대로 나오는지가 관건인데, 고객사도 확보했다고 하는 것으로 봐선 단순히 큰소리치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인텔에 1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든든한 실탄은 확보한 겁니다.

인텔의 파운드리 행사에도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참석해 인텔 지원 의지를 밝혀 든든한 지원군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날 행사에 다양한 파트너사들을 초청해 세력을 과시하면서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청하지 않아 경쟁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미국 반도체 칩 법에 따라 미국 반도체 공장에 지원될 보조금도,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맞아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조금도 자국 기업에 우선 지원될 것으로 보이고, 삼성전자는 순위에서 밀려 예상했던 것만큼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예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로 반도체 기업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를 잘 볼 수 있는 사례가 대만 TSMC가 일본과 합작사로 건설한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입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공장에 42천억원의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원하고, 각종 인허가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준공을 3년 이상 앞당겼습니. AI 파운드리 수요를 적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TSMC 구마모토 제2공장에는 약 65,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해집니다.

TSMC와 일본이 손을 잡은 건 우리로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협업입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소부장에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등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TSMC의 파운드리 역량과 결합하면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이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AI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반도체 생산 강점을 내세운 파운드리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전략적으로 좋은 파트너를 찾는 노력도 필수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요구됩니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팹리스(반도체 기획 및 설계) 프로젝트도전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AI 시대에는 각 분야에서 특화된 AI 기능을 구현할 독자적 칩이 필요하고, 이를 설계할 능력은 많은 부가가치로 연결됩니다. 한국은 아직 글로벌 팹리스 역량이 현저히 떨어져, 글로벌 시장점유율의 1%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SMC가 오늘날의 파운드리 역량을 확보한 원동력도 중소기업, 스타트업 팹리스 업체들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덕분입니다.

 

 

, 미국과 일본 모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인텔은 팻 겔싱어 회장이 부임한 이후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최근 공격적인 양산 계획 발표했습니다. 올해 안에 1.8 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고, 2027년에는 꿈의 공정으로 불리는 1.4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