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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조선-철강, 후판 가격 협상 난항

2024년 6월 11일 소식지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후판의 가격을 두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업계 모두 후판 가격에 사활이 걸려 있어서 협상이 난항입니다.

 

철판 가격을 두고 하는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협상이 이번에도 잘 안 되고 있나 보네....

 

, 배 만들 때 쓰는 철판을 후판이라고 합니다. 보통 두께가 6밀리 이상인 철판이고, 두꺼운 철판이니선박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됩니다. 후판 가격은 매년 2, 상반기와 하반기 가격을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협상해서 결정합니다.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얼마, 하반기 가격은 톤당 얼마, 이런 식입니다.

 

※ 현대제철 후판 제품(현대제철 제공/출처:이코노미스트)

 

그런데 지금, 올해 상반기 가격을 얼마로 할 건지 아직도 못 정하고 있습니다. 협상이란게 한쪽은 최대한 많이 받고 싶어 하고 한쪽은 최대한 덜 주고 싶어 하는거라서, 철강업계는 작년 하반기보다는 좀 올리자는 입장이고, 조선업계는 내리거나 적어도 동결하자는 입장입니다. 매번 협상을 하면 평행선을 그리다가 어느 지점에 가서 가격이 정해지는데,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협상이 잘 안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후판을 사면 될 텐데, 왜 협상해서 가격을 정하는 거야?

 

반드시 협상을 해서 정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조선업계나 철강업계 양쪽 다 서로가 필요한 겁니다. 조선업계는 배를 만들 때 워낙 후판이 많이 필요하고, 조선업계가 많이 사가니까 철강업계에서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특히 조선사 입장에서는 배 만드는 가격의 한 20% 정도가 후판 가격입니다. 비중이 꽤 큽니다. 그러니 가격이 어느 정도는 고정되어야 안정적으로 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도 그때그때 시장 가격으로 파는 것보다는 후판을 엄청 많이 사가는 조선사에 안정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게 유리합니다. 그래서 반기에 한 번씩 협상해서 정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협상에서 유리한 건 철강 쪽이야, 아니면 조선업 쪽이야?

 

조선업쪽이 조금 더 유리해 보입니다. 작년부터 중국산 후판의 수입 물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후판이 400만톤 조금 넘는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0만톤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1분기 조선 및 철강 기업 실적(출처:뉴스웨이)

 

게다가 중국산 후판이 한국산 후판보다 상대적으로 더 쌉니다. 한국산은 대략 톤당 90만원 중반대인데, 중국산은 70만원대입니다. 이걸 빌미로 조선업계에서는 중국산이 이렇게 싸게 들어오는데 한국산 가격을 올리는게 맞는거냐, 가격을 낮춰라, 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철강 쪽에서는 물러서기 어려운게, 요즘 철강업계 업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건설 경기가 안 좋으니 철근 재고량이 10년만에 최대치입니다. 건설경기가 당장 살아날거 같지는 않으니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에 모든걸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조선사들은 결국 중국산 후판만 싸게 사게 되려나?

 

그렇게 해도 되긴 하겠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산 후판의 품질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한국산 품질을 못 따라옵니다. 그래서 선사들, 즉 조선사에 배를 만들어 달라고 돈을 낸 측에서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계약서에 그렇게 쓰는 곳들이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중국산의 품질이 좀 좋아지긴해서 한국산과 중국산을 섞어 쓰기도 하는데,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품질문제가 여전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을 쓰는게 어려운 겁니다.

다른 한 가지는, 조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산이 언젠가 품질이 한국산만큼 좋아진다고 해도, 가격이 싸다고 중국산을 쓰다 보면 의존도가 높아질거라는 겁니다. 그러면 나중에 중국 쪽에서 후판 가격을 마구 올려버릴 수도 있으니 미우나 고우나 한국산 후판을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중국산의 경우에납기일을 제대로 맞추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조선사 입장에서는 한국산을 써야 하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출처 : MBC 손에 잡히는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