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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어린이날의 추억

2024년 5월 5일 소식지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코디네이터 교수님, 다 준비됐어요.
익준 광운대병원에서 왔죠? 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심장 적출하는거 10분만 미뤄도 될까요? 병원에 전화해서 가능한지 먼저 확인부터 해보시고 거기 상황 급하면 바로 해도 됩니다.
의사1 괜찮습니다. 10분 정도는... 우리가 일찍 온거라서요.
익준 오케이, 그럼 지금 1150분이니까 10분만 있다가 인시전 넣어도 되죠? 12시에 묵념하고 시작합시다.
의사2 , 근데 그냥 지금 바로 하시면 안 돼요? 우리 이틀 밤새웠는데...
익준 오늘 어린이날이라...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래요. 이분 아들이 5살인데 이름은 원준이고 오늘 어린이날이라 아빠랑 짜장면 먹기로 했거든요. 근데... 근데 원준이 앞으로 평생 못하게 됐어요... 그거.. 우리 딱 10분만 기다려요. 10분만 있다가 시작해요. 애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순 없잖아요.
코디네이터 고인께서 좋은 뜻으로 장기 기증을 하시게 됐는데 장기 상태가 좋아서 심장, , , 콩팥을 기증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전 5605분에 수술 시작하였고 심정지 되어 사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3

 

알고 계시는 분들도 더러 계실텐데...

저는 과거 보험회사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은행에서 일을 하게 되었었는데...

처음에는 은행의 조직문화가 이해가 안되더군요.

보험회사에서는 계약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죠. 당연히 한달내내 계약이 한건도 없으면 집에 한푼도 못 가져갑니다.

그런데, 은행은 아니었습니다. 은행에 출근하고 한달도 되지 않아, 제 급여계좌로 월급이 꽂혔습니다. 출근이후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뿐인데.... 내가 이 돈을 받아도 되는건가..?? 한것도 없이 돈을 받는게 너무 어색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조직에서 일을 하다보니, 힘든 일이 많았었는데....

조직의 아싸로 빙빙 돌고 있는 저에게 먼저 손 내밀어주고, 말 걸어준 분이 한명 있었습니다.

저보다 3살 많은 형이었는데, 술담배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거의 매일 퇴근하면 둘이서 술집 순회를 했었었지요.

매일 그 형님한테 술을 얻어먹기가 미안해, 화장실 가는척 카운터에 가서 미리 결제라도 하는 날에는 계약직 직원이 무슨 돈이 있냐는 타박을 해가며 내가 계산한 술값의 두배이상을 더 먹으러 2, 3차를 가곤 했었죠.

한번은 업무중 제가 잘못한게 있었는데, 나의 잘못을 지적질하는 옆팀 팀장에게 무릎을 꿇고 대신 사과를 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고마운 형님이었었죠.

 

그렇게 사람 좋은 그분이 어느날 간암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눈에 띄게 살이 쭉쭉 빠지기에 어떻게 된거냐 물어보면, 요즘 먹고있는 건강보조식품이 효과가 좋다며 살이 잘 빠진다고 저한테 추천을 해주더군요.

하지만 알고봤더니 이미 간암 말기였었습니다.

이런저런 치료를 다 해봤는데도 안되자 호스피스병원으로 입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떴습니다.

마침 그때 아이들을 데리고 오사카의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휴가중이었었는데, 그 형님으로부터 카톡이 왔길래 반가운 마음에 열어봤더니 부고장이더군요.

세상 가장 행복한 곳에서, 가장 슬픈 소식을 전달 받았습니다.

그날이 5년전, 어린이날 아침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어린이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더군요.

그 드라마를 보고 펑펑 울었었습니다.

그때 중1이었던 그 형님의 아들내미는 이제 고3이 되어 더 이상 어린이날에 의미를 두지 않겠지만....

저만 여전히 어린이날은 슬픈 날이네요.

아침부터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하던 일 대충 정리하고 그 형님한테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다들 미리미리 건강검진 잘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