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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왜 올랐을까?

안녕하세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정책 패키지를 내놓기로했습니다. 벌써부터 증시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조만간 내놓는다고?

 

. 이름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고, 말 그대로 너무 낮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정부가 압박을 조금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원래 일본에서 했던 프로그램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업무보고에 이런 내용을 포함했고, 바로 주목을 받진 못하다가 며칠 전부터 증시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 어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구체적인 방안을 이달 중에 내놓겠다고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장부가보다 시가가 낮은 기업에 어떻게 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지 적어내라고 시키겠다'는게 골자입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개요(출처:아시아경제)

 

기업가치를 개선한다고 하면 자사주를 소각한다거나 배당을 늘리는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어놓지 않는 기업 리스트를 발표해서 망신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PBR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value ratio 시가총액 / 순자산)이라는 게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율을 끌어올리라는게 핵심입니다. 어느 기업이 부동산이나 주식 재고 등을 1조 원어치 가지고 있는데, 그 기업의 시가총액이 다 해서 1조 원이면, 주가 대비 순자산의 비율이 1이라고 해서 PBR 1이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자산은 1조원어치 있는데 주가가 3,000억원 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PBR0.3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낮은 PBR, 'PBR 주식'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얼핏 들으면 말이 안 됩니다. 그 기업 주식을 3,000억에 전부 사서 기업이 가지고 있던 자산을 팔면 1조 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비합리적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이런 PBR 주식이 꽤 있습니다.

 

PBR 주식이 많은 거야?

 

미래에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반영되서 그럴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대형 악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장부가보다 이 회사의 거래 가치가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을 쓰지 않아서 아무리 수익이 나도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으니 높게 평가를 해 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영권 승계위해 주가를 억누르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코스피 기준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 540개 기업이 여기 해당합니다. 원래 코스피의 평균 PBR0.96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중에서도 놀랍게도 PBR0.2에도 못 미치는 곳도 있습니다. , 회사 시총이 장부가격의 5분의 1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동국홀딩스 0.15, 한화생명 0.18, 삼성생명 0.32, 우리금융지주 0.34, 롯데지주 0.31배 등이 있고, 이 수치도 최근 주가가 조금 오른 결과입니다.

 

정부는 일단 PBR이 낮거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업이 자본당 얼마 순이익을 벌었는지)낮은 상장사가 어딘지 분명하게 찍어서 비교공시 형태로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걸 발표하니까 주가가 실제로 올랐다던데.

 

, 'PBR 테마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정부가 올리라고 했으니까 어떤 경로로든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주가 오를 거라고 종목을 찍어준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PBR 대표주자들로 꼽혔던 보험사, 증권사, 유통회사, 자동차회사, 각 그룹 지주회사 등의 가격이 최근 며칠 사이에 많이 올랐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 발표 이후 수급 추이 (출처 : 국민일보)

 

대신 이쪽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위기입니다. 코스닥에서 돈을 빼 그동안 인기가 별로 없었던 코스피 대형주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이 일본에서 온 거라고?

 

그렇습니다. 정부가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서 일본 정책을 벤치마킹한 겁니다.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가 작년 3월에 PBR 1배가 안 되는 상장사, , 장부 가격이 시가에 못 미치는 상장사에 어떻게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일 건지 개선 방침과 이행 목표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과를 내지 않으면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경고도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구체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어낸 기업 명단을 매달 공표하는 중입니다.

 

일본에선 효과가 있었어?

 

일본 주가가 상승한 것은 사실입니다.

닛케이 평균주가 기준으로 보면 이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 약 30%가량 올랐습니다. 근데 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기가 돌고 있기 때문에, 이 정책 때문에만 올랐다고 보기는 조금 이릅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투자해야 해?

무작정 따라서 사는 것을 추천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미 최근 며칠새 많이 오른 경우가 있어서 오늘 주가가 또 오를지, 아니면 조정을 받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같습니다.

올해 1분기 고배당 및 PER 종목 (출처 : 매일경제)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기업이 돈을 버느냐 안 버느냐를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조건 PBR이 낮은 주식을 골라서 투자하기보다는 PBR이 낮으면서도 현금흐름이 좋고 수익이 나는 주식이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말하자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면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텐데도, 대주주가 상속을 앞두고 있거나 하는 여러 이유로 주가가 부당하게 눌려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그런 기업들을 눈여겨 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이런 걸 나서서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드는데

 

개미 구하기 대작전 같은 성격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나온 여러 정책의 일환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왜 한국 증시가 억눌려 있었는가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대책을 요구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입니다.

다만, 정부가 으름장을 놓는다고 기업들이 잠깐 자사주를 소각해서 오르고 끝나는게 아니라 진짜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만들어가려면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돈을 더 벌 수 있어야 합니다. , 그런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는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할 것입니다.

 

출처 : MBC 손에 잡히는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