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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계속되는 고금리... 중앙은행 독립성 위협한다

2024년 6월 26일 소식지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집권 여당이 중앙은행 총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나이지리아에서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재무부가 좌우한다는 법안도 나왔습니다. 미국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고금리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싸우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금리 좀 낮춰주면 안 될까요?' 이렇게 권유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전쟁을 선포하다시피 중앙은행과 맞붙고 있는 경우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집권 여당이 노동당인데, 최근에 브라질 노동당이 브라질의 중앙은행 총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정치적 발언을 자꾸 하고 다니니까 아예 외부적으로 말을 못 하도록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낸 겁니다.

배경이 좀 있습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요즘 브라질 중앙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브라질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식의 비판입니다. 브라질의 서민들이 고금리 때문에 다 죽게 생겼는데, 브라질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너무 소극적이라서 너무 천천히 금리를 내린다는 겁니다.

특히 소송까지 가게 된 이유,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룰라 대통령과는 정치적 앙숙인 야당 대표 주최 저녁 자리에 참석해서, "요즘 룰라 대통령이 우리한테 금리를 자꾸 내리라고 하는데, 이러면 중앙은행 독립성의 시험대가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이게 내부 제보자가 있었는지 브라질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습니다.

이 보도를 보고 룰라 대통령이 뚜껑이 열린 겁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중앙은행 총재야당 대표의 저녁 모임에 참석한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 훼손아니냐, 하면서 중앙은행 총재의 정치적인 발언을 못 하게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글로벌 권역별 기준금리(출처:한국경제)

 

브라질내에서 금리 때문에 이렇게 예민하게 된 이유는 결국 워낙 금리가 높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는 기준금리가 2%였는데, 이걸 13.75%까지 올렸습니다. 작년부터 금리를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현재 10.5%까지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높은 수준입니다.

룰라 대통령 입장에서는 물가가 두 자릿수로 치솟았을 때는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브라질 물가가 지금은 4% 정도까지 내려왔으니 이제는 금리를 팍팍 내려도 되는거 아니냐, 왜 중앙은행이 미적거리고 있느냐, 지적하는 겁니다.

브라질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아직 4% 물가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고. 미국도 금리를 안 내리고 있는데 브라질만 먼저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물가가 뛰면 대통령이 책임질거냐는겁니다. 어떻게 보면 감정적으로 서로 격해지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니 예민해지는 곳들이 많아지는 모양이네....

 

그렇습니다. 먼저, 태국도 갈등이 심합니다. 작년에 세타 타위신 총리가 새로 당선된 이후에 태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아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태국 총리는 재무장관을 겸임하고 있어서 경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총리입니다. 올해 들어서 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니까, 이게 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너무 높여서 그런거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니까, 최근에는 특별 금통위를 열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요구했고, 반대로 태국 중앙은행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공개 거절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태국의 기준금리가 2.5%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닌데, 그동안 태국은 계속 1%대 저금리를 유지하다가 2%대 금리가 되니까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나이지리아도 갈등이 매우 심각합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물가가 급등하니 기준금리를 26.25%까지높였습니다. 물론 나이지리아 물가가 30% 이상 급등하면서 이거에 대응하느라고 금리를 높인거긴 하지만, 나이지리아 정치권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최근에 앞으로 통화정책을 중앙은행 말고 나이지리아의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별도의 통화정책 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결정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통화 정책과 정부의 재정 정책이 따로 놀면 안 되고 일관되게 운영되려면, 별도의 중앙은행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게 맞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국민들 원성이 커지니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입김을 넣고 싶은 생각이 들어 생기는 갈등으로 보입니다.

 

달러를 쥔 미국이 금리를 안 내리니 다른 나라들도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도 이 문제가 꽤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의원들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을 아예 폐지하자,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헤프닝 비슷하게 취급은 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도 고금리에 대한 불만 섞인 여론을 반영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FOMC 위원 기준금리 전망(출처:연합뉴스)

 

특히나 트럼프 후보 쪽에서 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측근들이 앞으로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대통령과 상의하도록 법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연준 의장의 임기를 무조건 보장하지 말고, 대통령이 언제든 연준 의장을 바꿀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까지입니다. 그전에도 맘에 안 들면 대통령이 자를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가 파월 의장에 대해서 그동안 엄청 노골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습니다. 그전에는 금리를 올린다고 계속 뭐라고 하다가, 요즘은 파월 의장이 대선 직전에 금리를 내린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도와주려고 하는거니 당장은 내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탠스가 좀 왔다 갔다 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파월 의장을 바로 잘라버릴 거라는 얘기는 아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닙니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가 물가 때문에 겪어보지 못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불만의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인들이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겁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하는 시장의 중요한 원칙매우 큰 시험대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거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같이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 MBC 손에 잡히는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