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1일 소식지 내용 입니다.
안녕하세요,
세계 각국이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통일하기로 하는 글로벌 최저한세제도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 시행됐다는데, 어떤 제도야?
법인세를 모두 최소한 15%는 받자고 세계 각국에서 약속을 한 걸 말합니다. 15%에 미치지 못하는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 예를 들어 6.25%만 세금을 내면 된다고 하던 아일랜드나 원래 세율은 20%지만 평균 8%까지 세금을 깎아주던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 이제는 아무리 세금을 적게 내더라도, 그 회사의 모기업이 있는 나라에 15%에 못 미친 만큼 세금을 더 내야합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8% 세금을 냈다면, 본체가 있는 한국에서 7%에 해당하는 세금을 우리 정부에 내야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나라에서 15% 아래 세율을 명목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 없어지고, 15%에 근접한 수준으로 세율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게 미국 인플레이션법 IRA와 상관이 있는 거야?
미국 인플레이션법(IRA)은 미국내에서 생산하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해외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세액공제 때문에 실효세율이 낮아집니다.
미국 법인세율은 연방부세(21%)와 주세를 합해서 평균 25.8% 수준이지만, 여러 세액공제를 다 받고 나면 15%보다도 낮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효세율이 15%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세금을 내라는게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의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세금을 미국이 깎아주겠다고는 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한국 정부에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특히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이 주로 국내 배터리 회사들입니다.
※ 급증하는 주요 기업의 美 IRA 생산 보조금(출처:한국경제)
IRA가 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녹색경제 전환도 추구하기 때문에 기차용 배터리 업체가 세액공제 혜택을 크게 봅니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상반기에만 2,100억원 정도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거라고 재무제표에 적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니 큰 돈 들여 투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글로벌 최저한세 기준이 구체화하면서 이런 혜택을 도로 토해내게 되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이 한국 정부에 추가세액 납부형식으로 내야 하는게 수백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수천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일단은 LG화학이 1번 타자인데, 삼성SDI나 SK온, 한화큐셀, 씨에스윈드 같이 IRA 혜택을 보는 기업들의 공장이 완공되면 다 똑같은 문제를 안게 됩니다.
생산량이 늘어나고 세액공제 혜택을 많이 볼수록 세금도 증가합니다. 돈을 버니 세금을 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초 생산비가 비싼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는 충분히 계산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어때?
미국 입장이 애매한게 제일 문제입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자고 해서 우리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작년까지 관련 법안을 각국에서 준비했고, 올해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차는 조금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우리나라는 준비가 됐습니다. 올해 시작하면 내후년부터 실제로 세금을 걷게 되는데, 미국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법안 준비를 안 했습니다. 미국은 솔직히 하고 싶은 생각이 많지 않은 겁니다.
이 제도는 '구글세'라고 불리는 빅테크를 겨냥한 법과 짝꿍관계입니다. 글로벌 조세 포탈을 막자는 취지로 시작한 법안의 두 개 기둥 중 하나가 구글세고, 하나가 최저한세입니다. 그런데 해당 제도 둘 다 결국 미국기업들을 옥죄는 내용이니 도입을 환영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IRA와의 충돌도 있습니다. IRA에서도 최소 세율을 15%로 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세액공제를 받는 부분은 빼주는....
즉, 실질적으로는 15%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예외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최저한세와 달리 예외가 가능하다는 부분이 충돌되어 LG엔솔이나 SK온과 같은 국내 기업들을 헷갈리게 하는 겁니다.
미국은 아직 이걸 어떻게 정리할지를 결정 못한 상태인데, 국내에선 벌써 입법이 되어서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대로라면 미국은 “우리는 깎아줬다”라고 하고, 한국은 “세금 내라” 하는 엇박자가 납니다. 국민들 입장에서야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니까 좋다 할지는 몰라도, 기업들로서는 조세정책이 이게 뭐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미국이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가 되면 다 뒤집어엎을 것도 같고, IRA 혜택이 계속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투자는 다 해 놨지만 어떻게든 우리 정부로서는 15% 못 미친 세율에 대해선 세금을 거두겠다고 확정해 놓았습니다.
■ 국내 기업들이 원하는 건 뭐야?
국내 기업들은 일단 미국에서 세액공제 받은 부분에 관해 추가 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바꿔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 최저한세 적용 기업 수 (출처:매일경제)
조금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현재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 주는 세액공제는 생산량 한 개당 10달러에서 45달러입니다. 세금을 낼 때 빼줄 수도 있고, 현금으로 받아서 세금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거를 미국 법에서는 세금 낸걸로 쳐주고, 실효세율 15%를 채운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 세법이나 이번 최저한세 관련법에서는 세금 낸걸로 쳐주지 않고 오히려 소득이 생겼다고 보는 겁니다. 그것이 너무 억울하다는게 기업들 의견입니다.
그런데, '미국법이 그러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 주세요'라고 하기엔 기재부에서도 조금 곤란하게 느끼는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 공통 기준에 맞춰서 하는 건데, 기준을 우리 마음대로 수정하면 우리법을 다른 나라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면 과세 권한이 다른 나라 정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8% 세율을 적용받았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가 나머지 7%에 대한 과세권을 갖는 게 아니고 삼성 베트남법인이 베트남 정부에 내고 끝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원하진 않기 때문에 논의가 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 입장이 더 명확해져야 우리도 어떻게 하는게 최선인지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보니 쉽게 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봐도 이런저런걸 다 고려하다 보면 최저한세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어 꽤 복잡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도가 아마 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글로벌 최저한세 15%를 왜 하는지도 이해가 되는데.. 세금을 깎아줘도 그만큼을 한국 정부에 내야 한다, 그래서 세금 깎아주는게 별 혜택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공장부지를 공짜로 드릴게요.'라든가 '근로자 월급에서 반은 정부가 내드릴게요. 그 대신 세금은 15% 넘게 내세요'라고 한다면, 계산했을 때 사실상 세금을 안내는 거네? 그럴 수 있잖아요. 세금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걸로, 근데 사실상 돈인, 그런게 다양하기 때문에..." -이진우-
■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각국 정부가 기업 유치하는 방식이 바뀔 것입니다. 예전처럼 세금을 직접 깎아주는 방식으로 하는건 힘들걸로 보이고, 대신 간접세를 빼주거나 보조금을 주는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글로벌 최저한세에서도 완전히 경직적으로 15%를 적용하는 건 아닙니다. 그 나라에 투자한 부분이나 종업원 고용에 관한 인센티브는 인정해 주기 때문에, 그런쪽으로 인센티브를 주어서 기업을 유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워서 거기로 소득발생을 몰아주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법 취지와 같이, 미국이면 미국, 중국이면 중국 이렇게 시장이 있는 나라에 법인을 세우고 거기서 사업한 만큼 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조정될 전망입니다.
※ 출처 : MBC 손에 잡히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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