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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이젠 노인에게 달렸다?

*2023년 11월 21일 소식지 내용 입니다.

 

안녕하세요

~~날에... 제가 20대때 읽은 단편소설이 있었습니다.

제목이 기억도 안납니다. 그저 프랑스 소설이었다는 것 뿐...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 미래의 어느 나라가 배경인데....

그 나라에는 나이가 들어 늙으면 국가에 도움이 안되는 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특수경찰대가 조직이 되어 노인들을 잡아 사형을 시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남녀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을 다니고....

여러 위험을 넘겨 겨우겨우 살아남는가 했더니, 결국 특수경찰에게 잡혀 사형을 당하기 위해 전기의자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주인공 할아버지가 사형 당하기 직전 절규를 합니다.

너희들은 안 늙을줄 아냐? 너희도 곧 이 의자에 앉게 될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내용인데....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전기의자에 앉은 노인의 마지막 절규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시간이 흘러흘러...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습니다.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꼰대 소리는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나이이지요.

아침에 보낼 메일 내용을 고민하다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는 노인이 늙고, 힘없고, 돈없는 나약한 존재라 여겨졌었다면,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노인이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 오늘도 공유합니다.

 

인플레가 인플레를 부른다?

코로나 사태 이래로 전세계 물가가 급등한 건 공급망 불안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대응은 공급망 문제 해결이 아닌 기준금리 인상으로 나타났죠. 기준금리 상승이란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인플레라는 불길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인플레가 평소보다 높은 수준으로 일정 기간 이어지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파는 상품의 가격, 예를 들어 노동자라면 임금, 식당이라면 메뉴의 가격표를 연쇄적으로 올려 인플레에 저항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항이 벌어지면 그렇게 올라간 임금이나 가격이 다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높이는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미국은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긴급하게 5.5%까지 올렸고, 유로존도 4.5%까지 인상했습니다. 물가가 쉽게 잡히진 않았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임금이나 서비스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연쇄 반응이나 악순환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출간된 버냉키의 논문 코로나 시기 미국의 인플레는 왜 생겼는가에서 그런 악순환의 증거가 미미하다고 나와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간주하고들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굳이 이 논문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 저자가 전직 연준 의장이어서가 아닙니다. 현직 의장인 제롬 파월이 지난 6월에 이 논문을 직접 언급하면서 본인도 이 논문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계속 올라간 속사정

그런데 묘하게도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좀 다른 이유로 계속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노동력의 공급이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외국에서 노동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속도도 느렸고, 고령층 노동자들은 코로나를 계기로 그냥 은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기에 근로자들이 코로나 이전의 직장으로 그대로 돌아가지 않고, 과거와는 다른 일터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때문에 생산성이 과거보다 떨어져 직원 5명이면 운영되던 식당이 7명의 직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 다행인 건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 이후 소비 성향이 더 강해져서 그렇게 불필요하게 늘어난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기에 충분한 매출이 터졌다는 사실입니다.

 

전세계 주식 시장 참가자들이 그렇게 원하고 바라는 미국의 금리 인하는 지금 언급한 요인들(미국의 고용이 계속 뜨겁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고 있다)이 좀 달라져야 가능해질 것입니다. 지난주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발언한 건 2가지로 해석됩니다.

1) 진짜 금리를 더 올릴 것이니 각오하라

2) 나도 금리를 올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니 긴장의 끈을 늦추지는 말라

 

하루는 1번처럼 해석하고 또 다음날에는 2번처럼 해석하면서 주가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게 요즘의 주식 시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뉴스는 앞으로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어떻게 될 지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를 던진다는 점에서 생각해볼만 합니다. 제목은 미국 경제의 숨겨진 무기는 주머니 두둑한 노인들의 강력한 소비 의지(The US economy’s secret weapon: Seniors with money to spend)’였는데요.

 

뉴스의 요점은 이렇습니다.

1) 미국은 노인 인구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나라인데, 65세 이상 인구가 17.7%로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201013%에 불과했다.

2) 미국의 소비 중 노인 인구 차지 비중은 그보다 더 높은 22%나 된다.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유하기 때문이다.

3) 2010년엔 인구의 13%인 노인이 전체 소비의 15%를 담당했는데, 지금은 인구의 17.7%인 노인이 소비의 22%를 담당하고 있다. 현 시점의 노인들이 2010년 때보다 소비에 더 적극적이란 뜻이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아무튼 노인들이 지갑을 매우 쉽게 자주 열고 있단 의미다.

4) 미국은 젊을 때 부채를 일으켜서 평생 갚아나가는 구조다. 때문에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부채도 적고, 은퇴했으니 이사갈 일도 없고, 큰 돈 쓸 일도 없다 보니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아직 많이 축적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주제가 이슈로 떠오를 만큼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게 매우 최근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수백년 이어온 전형적인 은퇴 노인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게 없습니다. 현 인류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그 어디에서도 전례나 경험을 참고할 수 없는, 사실상의 첫 은퇴 세대입니다. 때문에 은퇴한 노인층이 어떤 행동 양식을 보여줄지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의 노인층이 과거의 노인들과는 달리 갑자기 소비 성향을 키워가며 그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것이 트렌드로 자리잡는다면, 시장이 기대하고 예상하는 금리 인하의 시점도 아마 훨씬 나중이 될 것입니다.

 

출처 : 리멤버 나우 https://app.rmbr.in/K0Yl2vTIFEb (이진우 경제평론가)

 

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ntents/pubView.do?idx=16634